책을 집필하는 수고로움만큼 힘든 일이 바로 번역이다. 외국어에 대한 폭넓은 이해만큼이나 모국어 실력이 출중해야 번역본이 살아남고, 원본의 생명력이 유지된다. 그러나 제2의 창작이라는 말 이상으로 번역은 때로는 저자를 뛰어넘는 자료 조사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가령 저자는 자신의 분야 혹은 국가 내에서 인정되는 어떤 개념을 별다른 설명 없이 말하고 있다면, 역자는 반드시 이를 풀어서 설명해주어야 한다. 설명해주는 의미가 따로 역주로 표시된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오역이라 지적할 수 없다. 번역본을 보는 대상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의 이해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평소에 자각하면서 번역을 해야 정확한 번역이 나온다.
그러면 항상 빠지지 않는 화두가 바로 직역과 의역이다. 원문 그대로 어려움을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 해야하는지, 아니면 역자가 적극 개입해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해야 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보통 이 두 번역 방식이 그간 번역계를 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직역과 의역은 애써 분리해 설명해야 할 방법론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싶다.
원문의 의미가 상하지 않는 상태에서 우리말 문장으로 구성한다면 그것이 곧 직역이고 의역이다. 따로 구분해 어느 한 방법을 취사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원문을 잘 이해했어도 한국어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문장은 번역문이 될 수 없다. 이는 직역이나 의역을 분리해 생각한다 해도 적용되는 아주 기본적인 사안이다.
원문을 정확히 이해하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한 뒤 이를 우리말의 구조대로 다시 쌓아주는 행위가 번역이다. 의역이라 해서 무조건 다 맞고, 직역이라고 해서 딱딱하기만 번역이 아니다.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를 넘나들어야 하는데 다시 쌓을 때에는 우리말에 가까운 문장을 뽑아내야 한다.
유명한 원서에 대한 좋은 번역본을 찾으려면 본인이 원문과 번역본을 동시에 펼쳐두고 비교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역자의 시선과 가치관을 거친 번역본은 어쩌면 이미 창작화 과정이 진행된 것이기에 본인이 직접 확인해 보라는 의미다. 이것이 어렵다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추천하는 번역본을 권한다.
직역이니 의역이니를 두고 논쟁을 벌일 만큼 번역은 직선적인 작업이 아니다. 그 두 가지는 어디까지나 역자가 어느 부분에 조금 더 중점을 두었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자그마한 디딤돌이다. 번역본의 논리적 흐름이 일정하고, 모순이 없다면 그 책은 제대로 번역된 책이다. 직역과 의역이라는 단어가 선사하는 어지러운 기준에 흔들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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